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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사 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명문대 팀장) |
기능인과 기술자의 차이는 뭘까? 대우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장관을 역임했던 배순훈씨의 책 ‘기본으로 돌아가자’에 따르면, 어떠한 것을 할 줄 알면 우선 기능인이다. 말하자면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이에 비해 기술자는 손재주를 갖고 있는 동시에, ‘왜 그것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즉 기능인과 기술자를 가르는 핵심적인 차이는 ‘문제의식’의 유무인 듯하다.
그 차이는 크다. 기능인은 문제에 접근하되 그 문제의 맥락이나 의미까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기술자는 문제상황을 자신의 시각에서 정의하고, 그에 따라 전체를 꿰뚫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한다. 숲과 나무를 골고루 살피면서 문제에 접근하는 자와 나무만을 보는 사람의 수준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논술 교육의 중요한 목표는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말하자면 논술은 ‘사고의 기능인’이 아니라 ‘사고의 기술자’를 양성해야 하는 것이다. 원론적인 얘기만은 아니다. 그런 답이 합격률도 훨씬 높다. 어떻게든 답안지를 써 내는 기능인들은 많지만 하지만 그러한 답안을 왜 쓰는지 고민하는 학생들은 극히 적다. 즉 최고 수준의 답안은 문제의식에서 갈린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르치기 쉽지 않은 건, 지금의 논술이 사실상 ‘확장된 서술형’ 시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제시문을 주고 논제가 요구한 논리를 구성해 내는 것이기에 학생 개인의 견해가 들어갈 여지는 많지 않다. 현행 논술교육이 다분히 답안작성 방법론 중심의 기술적 측면으로 흐르는 데에는 이러한 논술시험의 특성이 깔려 있다.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방식으로도 학생들의 논리력은 강화할 수 있다. 문제는, 논리란 어디까지나 하나의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칼만 잘 갈아 놓는다면 그 칼은 요긴하지만 불안한 존재가 될 뿐이다.
그러니 학생들도, 그리고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해당 문제에 담겨 있는 문제의식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구체적으로,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질문이 요긴하다. ‘왜 지금인가?’와 ‘왜 여기에서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즉 이 문제가 하필이면 ‘오늘날 한국에서’ 출제된 이유를 고민해 본다면 출제자의 문제의식을 공감해 보는 데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2016학년도 고려대학교 모의논술은 ‘사회적 합의와 법’에 대해 물었다. 왜 하필이면 오늘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합의’와 ‘법’의 관계를 물었을까? 세월호나 광우병사태와 같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등장하면 이러한 정서가 현행법을 좌우한다. 이를 법이 국민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법적 안정성을 흔든다는 측면에서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이처럼 논술 문제를 ‘지금, 여기’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유의미한 생각의 확장을 이뤄낼 수 있다.
출제자의 의중을 완전히 복기해 내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식을 고민함으로써 논술을 단순한 답안 작성 연습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 성장을 이뤄내는 자양분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문제와 현실 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은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몫이다. 그러니 학생들은,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지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그럴 때 단순한 ‘답안작성 기능인’이 아니라 ‘사고의 기술자’가 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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