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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사 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명문대 팀장) |
논술을 배우면 으레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답안은 두괄식으로 쓰라’는 것이다. 두괄식(頭括式)은 중요한 말을 머리에[頭], 즉 먼저 말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말을 그 뒤에 쓰는 방식을 말한다. 반대로, 중요한 말을 뒤, 즉 꼬리[尾]에 두는 것을 미괄식(尾括式)이라 한다.
예를 들어 ‘논술교육은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준다. 따라서 논술교육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쓰면 미괄식이요, ‘논술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논술교육은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라 하면 두괄식이다.
하나의 단락은 이처럼 핵심 아이디어를 담은 하나의 문장과 이를 부연하는 문장(들)으로 이뤄진다. 그러니 두괄식 답안이란 중요한 말을 앞에 배치하여 쓴 단락(들)으로 구성된 답안을 말한다.
대학에서 논문 작성은 두괄식이 기본이다. 단락의 앞부분만 쭉 읽어 내려가도 글 전체의 대강을 빨리 파악할 수 있어 의미 전달에 효과적이고, 군더더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두괄식 글쓰기는 학문적 글쓰기의 기본이다.
하지만 논술답안에서 두괄식을 요구하는 건 학문적 효율성과 명료성보다는 다분히 채점자의 편의를 위해서다. 수많은 답안, 그것도 다 비슷비슷한 말을 하고 있는 답안 안에서, 정확한 단락 구분 및 두괄식으로 구성된 답안은 훨씬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두괄식 글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학문적 글쓰기를 계속해서 해 온 강사라면 모를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답안을 써 본 것이 전부인 학생들이 핵심을 말하고 부연하는 식으로 논리전개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다.
그러다보니 두괄식 글쓰기는 논술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매번 윽박지를 수 있는(?) 좋은 무기이다. 하지만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부연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 학생들에게 문장의 순서와 단락 구성의 논리를 체계적으로, 그것도 두 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완성하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인지도 모른다.
물론 두괄식으로 답안을 쓰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쓰느라 답안의 논리를 잃어서는 절대 안 된다. 단락 구분, 두괄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답안에 하나의 논리적 흐름이 드러나는 것이다. 명쾌한 두괄식 구성이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답안을 죽 읽어 내려갈 때에 끊기는 느낌이 없이 답안이 구성되면 학생 수준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학에서 발표한 예시답안을 보더라도 두괄식이나 단락 구분을 철저하게 지킨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이를 ‘권장사항’으로 내걸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학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예시답안에서도 지켜지지 않는 원칙들을, 하물며 학생들이 철저히 준수하기란 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두괄식 구성의 원리를 의식하되, 당장 급한 수험생들이라면 단락 구분에 신경쓰느라 어색한 답안을 쓰기보다는 내용과 논리적 흐름에 좀더 유의하는 것이 좋다. 정확한 단락 구분과 두괄식 쓰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수험생의 현실에 맞게, 힘의 경중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에 대한 현실적 조언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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