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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사 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명문대 팀장) |
원래 경찰이 도둑을 조심하라고 하면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 마찬가지로 논술강사가 논술과 글쓰기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사람들은 시큰둥하다. 직업이니까 그렇게 말하겠거니 싶은 것이다.
그러니 제3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하버드를 졸업한 금나나씨의 이야기다.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에는 그녀가 페이퍼 작성으로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가 곳곳에 묻어난다.
대학의 글쓰기란 작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식을 논리적으로 정돈하여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위한 논리적 도구이다. 한 마디로, 대학의 학문은 글읽기로 시작해서 글쓰기로 끝난다. 금나나씨의 말을 들어 보자.
“미국의 교육철학 중 하나는 적어도 대학교육을 받을 정도의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세련된 글쓰기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제대로 쓸 줄 알아야 머릿속 지식을 남들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되지 않은 지식, 글을 통해 발표되지 않은 지식은 그 자체로 지식일 수 없다. 한마디로 글을 쓰지 않는 자는 지식인이 아닌 것이다.”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중에서)
미국 교육 방식을 수용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학생들은 리포트를 작성해야 하고 논술형으로 답안지를 써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 능력을 갖춘 신입생들은 많지 않다. ‘글’이 아닌 뒤죽박죽의 괴문이 난무한다고 교수들은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이것이 학생들의 잘못은 아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글쓰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비극의 출발이다. 그저 오답을 걸러내는 연습만 내리 해 온 학생들에게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고 논리적인 글을 쓰라는 건, 걷는 법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날기를 요구하는 셈이다.
글쓰기는 대학에서만 중요할까? 졸업 후 사회에 나가도 피할 수 없다. 보고서, 제안서, 기획안, 프리젠테이션, 계약서, 비즈니스 메일… 오죽하면 바쁜 직장인들이 퇴근 후 힘든 몸을 이끌고 글쓰기 강좌를 기웃거리고 있겠는가.
그나마 중등교육에서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건 논술이 유일하다. 이러한 논술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명목으로 축소 압력을 받고 있다. 입시에서 논술전형이 축소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이것이 논리적 글쓰기 영역의 축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떠한 형태로든 글쓰기 훈련은 지금보다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금나나씨의 이야기를 한 번 더 인용해 본다.
“만약 누가 미국 대학에 간다고 하면 나는 무엇보다도 페이퍼 쓰는 법을 최대한 훈련해서 가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미국 대학의 커리큘럼은 글을 쓰는 능력이 없으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나처럼 기초과학이나 공학, 혹은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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