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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사 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명문대 팀장) |
현행 대입논술은 ‘논술’이기보단 사실상 ‘주관식 답안’의 성격이 강하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특정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서술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논제와 제시문을 통해 ‘출제자가 기대하고 있는’ 답안을 작성해 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논술은 손으로 적어 내는 문장의 집합이기에, 단순한 답안을 넘어 ‘글’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릇 하나의 ‘글’이라면 ‘하나의 논리적 흐름’을 갖는 법이다. 그러므로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에도 ‘글’의 성격이 강한 논제는 처음부터 이러한 ‘하나의 흐름’을 염두에 두면서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 평가면에서 유리하다.
‘글’의 성격이 강한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답안의 분량에서 드러난다. 300~500자 분량 내외의 짧은 문제는 상대적으로 ‘글’이기보단 ‘주관식 답안’의 특성이 더 강하다. 이럴 때에는 논제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정확히 담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800자를 넘어가는 분량의 문제라면 처음부터 글의 구성 측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나는 학교가 한양대(인문)이다. 한양대는 작년부터 75분간 1,000자 분량으로 한 문제를 출제하고 있는데, 문제 자체는 하나지만 그 안에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담고 있어 이들을 하나의 흐름 안에 잘 엮어 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총 배점의 10% 차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다음은 2015학년도 한양대(인문) 논제이다.
“다음은 추사 김정희의 작품 ｢세한도(歲寒圖)｣이다. (가)를 참고하여 (나)에서 제시된 방법에 따라 ｢세한도｣의 의미를 해석한 다음, (나)와 같은 관점의 문제점을 (다)를 바탕으로 지적하고, (다)와 같은 관점에서 ｢세한도｣의 ‘집’을 중심으로 자신이 감상한 바를 간략하게 서술하시오. (1,000자)”
수험생들은 우선 하나의 논제 안에 세 가지 요구가 담겨 있음을 파악해야 한다. 첫째는 ‘세한도의 의미 해석’, 둘째는 ‘(나) 관점의 문제점 지적’이며 마지막으로 ‘‘집’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감상’이다.
좋은 답안이 되려면 이들 세 가지 요구 각각이 제시문에 근거하여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논리적 흐름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저 세한도의 의미 해석과 (나) 관점의 문제점, 그리고 ‘집’에 대한 자신의 감상 등이 아무런 논리적 관계 없이 겉돌고 있다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1,000자라는 분량은 충분히 ‘글’로서의 느낌이 강한데, 이를 단편적인 주관식 답안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 논제에 대한 답안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의미상 흐름을 갖는 것이 좋다.
‘세한도는 어떤 의미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이런 문제가 있다. 이를 고려해 세한도를 다시 보면 이러한 감상이 가능하다.’
이처럼 ‘글’로서의 흐름을 잘 살린다면, 논제 각각의 요구를 기계적으로 답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출제자의 의도를 더 잘 파악해 답안을 구성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하나의 글은 하나의 흐름을 갖는다’는 대원칙은 현행 논술에도 여전히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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