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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사 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명문대 팀장) |
‘목표를 가져라’, 각종 자기개발서에 빠지지 않는 내용이다. 무슨 일이든 구체적인 목표를 가져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목표를 가져야 할까? 자칫 분산되기 쉬운 인간의 힘이, 목표로 인해 ‘집중’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듯 인간의 능력은 무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그것이 모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대규모 병력도 이리저리 흩어져 있으면 오합지졸일 뿐이지만, 작은 병력도 송곳같이 모이면 적진을 꿰뚫는다.
생각과 사고도 그렇다. 의도를 갖고 생각의 힘을 집중시킬 때에 우리의 사고력도, 마치 볼록렌즈가 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듯 의미있는 결과를 내게 마련이다.
2014년 성균관대 논술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다루었다. 2번 문제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힌 인조에게 항복과 항전을 권하는 최명길과 김상헌의 대립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라고 하였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다각적으로 검토’하라는 말에 유의하지 않은 채 평면적인 답안을 제출하고 말았다. 항복을 권하는 최명길은 목적(국가의 생존)이 수단(항복)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최명길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나, 아직 ‘다각적’인 답은 아니다. 다각적이려면 보는 관점을 달리 하면서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위의 답안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가’라는 두 가지 관점에 두 사람을 각각 대응시키고 만 것일 뿐, 다각적인 ‘시도’가 전혀 없다.
굳이 ‘시도’라는 말에 따옴표를 친 것은, 척 보고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꽤 고민을 해야 하는데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므로 학생들에게는 논제의 요구에 대해서 ‘어떻게든 해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의도를 갖고 자신의 사고를 집중시켜 보라는 것이다.
본래 학교측이 의도한 답은 다음과 같다. ‘국가의 생존’을 목적으로 볼 경우, 최명길은 항복이 정당해진다는 것이고 김상헌은 이를 거부한다. 한편 ‘국가의 정신’ 등을 목적으로 보면 김상헌은 전쟁이라는 수단이라도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나 최명길은 어떤 경우에도 백성을 죽음으로 내몰 수 없다는 입장으로 뒤바뀐다.
실제로 제한된 시간 내에(이 문제는 총 4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국가의 생존’과 ‘국가의 정신’으로 나누어 둘의 대립을 분석한다는 건 학생들 수준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나마 다각적으로 보려는 시도를 한 학생들의 답은 상대적으로 눈에 띈다.
예를들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그리고 반대의 입장에서 최명길과 김상헌을 각각 평가해 본 것이다. 이는 사실상 내용면에서는 평면적 답안과 큰 차이가 없는 결론에 도달하긴 하지만, 적어도 단편적 시각을 벗어나려 애썼다는 점에서 고민의 흔적이 돋보인다.
버트란트 러셀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건 사고에서의 도피”라고 말했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사고를 멈추는 순간 답안의 수준도 거기에 머문다.
그러므로 수험생은 논제에 꼭 맞게 답할 때까지 생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의식적으로 사고를 집중하면,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은 나오게 마련이다. 논술은 천재가 아니라 부지런한 자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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