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동년배가 매우 많다. 초등학교 때에는 교실이 부족해 오전‧오후반으로 나누어 다녔고, 중고등학교때 한 반에 50명은 기본이었다. 필자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20반까지 있었으니, 한 학년이 1,000명도 넘었다.
고1때였나, 학교에서 단축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달리기에 소질이 없던 나는 내심 걱정이었다가 당일 아침, 아주 간단한 원칙 하나만 세웠다. ‘주변 돌아보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 하자.’
결과는 전교생 1,000명 중에서 100등 정도. 완주마저 의심스럽던 나로서는 상당한 쾌거였다.
그 때 사람의 능력은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남들 신경쓰지 않고 다만 나 자신만 앞지르자고 한 것이 결과적으로 남들도 앞질렀다면, 그들도 원래 나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었을 터이다.
이 경험은 이후에도 꽤 유용한 교훈을 주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불안해 할 필요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남들보다 나을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 봐도 이는 맞는 말이다. 내가 논술을 준비한다고 하자. 하지만 그 결과는 내 노력만의 변수가 아니다. 경쟁자 중에 이른바 ‘넘사벽’이 있을 수도 있고, 지원한 과가 하필 최고 경쟁률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시험 당일 차가 펑크날 수도 있다. 내가 준비한 대로 오롯이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결과 그 자체는 내 몫이 아닌 것으로 두고, 다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된다. 기왕에 배운 논술의 원리들은 익숙하게 쓸 수 있도록 반복하고, 자주 실수하는 부분은 꾸준히 점검하면서, ‘다시 논술하라고 해도 이보다는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면 된 것이다.
앞서 필자의 경험처럼, 그럴 경우 대부분은 좋은 결과도 따라온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최선을 다 했다면 어쩔 것인가? 거기에는 후회의 여지도 없다.
이제 2학기가 시작되었다. 수험생들은 어떤 학교를 지원할지 슬슬 고민이 깊어진다.
매년 그렇듯이 논술은 경쟁이 치열하다. 그럼에도, 논술밖에 길이 없다고 여기는 학생들은 그 커다란 마음의 부담을 짊어진 채 논술학원을 찾는다. 선생님,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 간절한 눈빛에 내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진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오직 한 마디, ‘주변 돌아보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최선을 다 해!’ 기대했던 뾰족한 얘기가 아니었는지, 아니면 제딴에는 어디서 들어 본 둣한 얘기였는지 시큰둥한 얼굴로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이란 ‘뻔한’ 격언의 참뜻을 알아가는, 그리고 그것이 정말 인생의 진리였다는 걸 깨닫는 과정인 것 같다.
얘들아, 불안하지, 근데 살아보니 ‘진인사 대천명’이 진리더라. 네가 할 수 있는 것에만, 그리고 적어도 그것에는 꼭, 최선을 다 하렴
http://www.fmnara.com/news/20082
관련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