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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사 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명문대 팀장) |
예전에는 논술에서 요약 그 자체를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되곤 했다. 상당한 분량의 글을 주고, ‘이를 몇 자 내외로 요약하라’는 식이다. 이 경우 제시문 자체가 주인공이므로, 글쓴이의 의도를 잘 살려 제시문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줄여 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몇몇 학교를 제외하면 요약 자체가 독자적인 문제로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즉 요약은 제시문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논제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전히 학생들은 논술에서의 ‘요약’을 기계적인 ‘제시문 줄이기’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논술에서 제시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요약 그 자체를 요구하지 않는 한, 논술에서 제시문은 주인공이 아니다. 출제자가 ‘이것을 이용해서 내가 묻는 바에 답해 보라’고 준, 말하자면 ‘재료’일 뿐이다.
즉 논술의 제시문은 반드시 그것을 준 ‘이유’와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제시문을 요약할 때에도 이러한 ‘이유’와 ‘목적’을 의식해야 제대로 된 요약이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논제와 요약이 맥락 없이 겉도는 사태가 벌어지곤 한다.
예를 들어보자. 2015학년도 서강대 경제경영계열 논술문제에서는 조직‧회사의 운영 원리로서 하나의 표준적인 방법을 쓸 것인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쓸 것인지와 관련된 제시문들을 주면서 이들을 분류 및 ‘요약’하라고 하였다.
이 때 아래 제시문을 어떻게 ‘요약’하면 좋을까? 독자들이 먼저 시도해 보길 바란다. 이해를 돕자면, 이 제시문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방법’에 해당되는 제시문이다.
“서비스업은 소비자에게 재화를 유통하고 서비스를 공급하는 산업으로 농업, 임업 등의 1차 산업, 제조업인 2차 산업과 구분되어 다른 특성을 지닌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업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은 지역에 입지하는데, 인구가 많은 지역, 구매력이 높은 지역, 접근성이 우수하여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최소 요구치(중심지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같은 서비스업 간에는 적절하게 떨어져 입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식품점이나 편의점 등 일상생활에서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업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일부 서비스업의 경우 오히려 한 지역에 집적하는 것이 최소 요구치를 충족시키기에 유리할 수 있다. 전자 제품 판매업, 귀금속 판매점 등의 서비스업은 일정한 지역에 집적하여 입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4학년도 서강대 경제경영계열 논술문제 1번, 제시문(나))
만약 이 제시문을 ‘서비스업은 다른 산업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는데 현대 사회에서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수요가 많은 곳에 집중하여 최소요구치를 충족하려 입지한다’는 식으로 요약했다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이 제시문의 내용 자체를 그대로 줄인 것이기는 하나, 그것이 이 제시문이 속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방법’임을 잘 드러내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위 제시문을 ‘서비스업에서 기업들은 업종과 상황에 따라 최소요구치의 충족 방법을 유연하게 선택한다.’는 의미로 요약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제시문의 ‘용도’를 고려한 요약이 되는 것이다.
결국 논술은 기계적인 글쓰기 작업이 아니라 출제자와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대화에 끌려다니는 것만큼 피곤한 것도 없다. 하지만 능동성을 발휘하는 순간 소통은 즐거운 일이 된다. 출제자와의 흥미로운 지적 대화 속에서 제시문을 요약하겠다는 태도를 가져보라. 출제자도 기꺼이 ‘즐거운 대화였어!’라며 후한 평가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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