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가장 더운 시기다. 종일 앉아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요즘 날씨는 가혹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나마 더울 때가 낫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 이제는 마음이 편치 않다. 벌써 수능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바로 다음 달부터 수시전형이 시작된다. 9월 말과 10월 초에 수시 1차 논술시험들이 예정되어 있으니, 수험생들의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비지땀을 흘리며 수능과 논술 대비에 여념이 없을 학생들에게 이 시기에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답안을 ‘많이’ 쓰기보다 ‘제대로’ 쓰려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많이’ 쓸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수시가 다가온다는 건 수능이 다가온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논술답안을 ‘제대로 많이 쓰라’는 건, 논술선생님의 욕심일 뿐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든 주문이다.
그러니 어차피 둘 중 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면, ‘많이’ 쓰기보다 ‘제대로’ 쓰는 데 힘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술에서 ‘제대로’ 쓴다는 것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논술 답안지는 그 무게로 따지면 말 그대로 ‘종이 한 장’이지만, 그 영향력으로 따진다면 묵직하기 그지없다. 답안 한 장이 학생의 대학을 좌우하고, 이후 학생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런데 이러한 답안지를 기계적으로 끄적거리며 채우는 연습을 수십 번 반복한다 해서 무게감 있는 답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논술의 답안지는 ‘제대로’ 써야 묵직해진다. 제대로 쓴다는 건 ‘생각하면서 쓰는 것’이다.
이를테면 논제가 ‘비판하라’고 했다 하자. 그렇다면 ‘내가 지금 뭔가를 비판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의 끈을, 펜을 내려놓을 때까지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답안지가 아무런 연관관계 없는 제시문의 단순요약으로 채워지고 만다. 이런 답안지는 정말 한 장의 종이에 지나지 않는다.
놀랍게도, 논술 답안의 절대다수가 이러한 수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생각하면서 쓴 답안이란 능동적인 사고가 반영된 답안인데, 학생들은 그러한 능동성의 발휘에 서툴거나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절대로 제시문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 논술에서 제시문은 논제 해결을 위해 출제자가 준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수험생은 질문에 답을 하면서, 그러한 자신의 답이 타당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제시문을 ‘갖고 놀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제시문을 갖고 놀기는커녕 제시문에 끌려 다니느라 허덕댄다. 제시문들은 답안지에 고이 모셔지고 박제됐을 뿐,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답안은 대단히 드물다. 이 역시 ‘생각하면서’ 답안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제시문을 왜 줬는지, 내가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성찰이 없다면 답안지는 수동적으로 찍어낸 수많은 종이더미 중의 한 장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니 한 장의 답안을 쓰더라도 내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그래야 거기서 나타난 시행착오마저도 성장의 거름이 된다. 그저 많이 써보면 되겠지, 안일하게 끄적거린 답안지를 다 그러모은들 자신의 모든 생각을 들이부어 작성해 낸 한 장의 무게에 필적하지 못한다. 싼 게 비지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