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비하면 학생들이 논술에 들이는 시간은 십 분의 일, 아니 백 분의 일도 채 되지 않는다.
많은 수는 고3이 되면서, 그 중에서도 상당수가 여름방학이 가까워오는 이 시기에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논술에 뛰어든다. 그러니 논술에 들이는 시간의 절대량은 수능에 비해 턱없이 적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은 논술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비싼 돈 내고 학원에 보냈는데 왜 계속 어렵냐는 것이다. 논술보다 열 배, 아니 백 배는 더 시간을 들였을 국수영의 성적은 체념하듯 받아들이면서 논술은 어찌 그리 빠른 성과를 원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논술은 금방 늘지 않는다.
세상 무엇도 빨리 열매를 맺을 수는 없다. 일정량의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고, 머리를 싸매는 고민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기출문제 서너 개 풀어 봤다고 논술에 감이 올 것 같으면 애초에 논술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니, 그럴 수 있다면 논술은 더 이상 학생 선발의 시험이 아닐 것이다.
한글로 되어 있어서 일단은 눈으로 읽을 수 있고 손으로 써 낼 수 있기에 논술을 ‘만만하게’ 본다면 큰일이다. ‘일단은 읽을 수 있는’ 객관식 국어문제도 제대로 못 푸는 게 현실이다.
논술은 읽고, 사고하고, 그걸 다시 자기의 말로 표현해 내기까지 요구하는 하나의 종합 예술이다. 학생들이 배운 지식, 국수영탐탐 전체를 아우르며 그것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다. 거기에 서너 장의 답안지로 도달하길 원한다면 해 줄 말이 없다.
다만 마음 급한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한 가지 조언은 있다. 반드시 ‘의식적으로’ 공부하라는 것이다.
영어의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이 갖는 오해는, 영어를 많이 접하기만 하면 언젠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물론 그러한 방법으로 ‘이름이 뭐에요’, ‘전화번호 뭐에요’ 수준에는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시험’이 요구하는 고난도의 정확한 영어를 위해서는 ‘막연한 노출’이 아니라 ‘의식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이 단어가 무슨 뜻이고, 이 문맥의 숨은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의식적으로 소화해 내어야 비로소 고득점을 비롯한 고급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그저 막연히 문제를 읽고 답안지를 써 내고, 건성으로 첨삭을 받는 식으로는 한두 달이 아니라 일이 년을 해도 논술은 늘지 않는다. 이 문제가 무슨 의미이고, 문제가 내게 요구한 것이 무엇이며, 나는 지금 이 문장을 왜 쓰고 있는지 등을 항상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어, 이러한 생각을 정리하고 거듭 곱씹으면서 논술의 원리들을 자기 것으로 체화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의식적인 노력이 있다면 논술도 짧은 시간에 상당한 향상이 가능하다. 논술만이 아니다. 똑같이 하기만 했다면, 진작에 다른 과목들도 걱정을 크게 덜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