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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
갑돌이와 을돌이, 두 남자를 사이에 두고 고민하는 여자가 있다. 꽤 오랜 시간 숙고가 필요했을 만큼 둘은 모두 괜찮은 사람들이다. 마침내 마음의 결정을 내린 여인은 바야흐로 그 결과를 친구들에게 공표하려는 참이다.
“그래, 누구로 할지 결정했어?”
“응, 나 갑돌이랑 사귈래. 그이는 잘생기고 자상하고 직업이 확실해.”
“…끝이야?”
“응, 왜?”
고민 끝의 결정이라 존중은 하겠지만, 여기서 답변이 끝나면 친구들은 몹시 답답할 것이다. 도대체 을돌이는 왜 배제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말하자면 왜 갑돌이가 ‘더 낫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한 해명이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화에서라면 더 캐물어볼 수도 있지만, 한 장의 답안 안에서 논리적인 설득을 완결해야 하는 논술에서 이렇게 답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써 낸 답안을 읽어보면 자기가 선택한 것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마는 게 대부분이다. 이는 학생들이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성숙한 판단을 내리려면 문제 상황의 다양한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성의 영역인 대학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처럼 좁은 사고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의도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논술은 그러한 연습을 하기에 최적의 장이기도 하다.
대립하는 견해들 중에서 하나의 견해를 선택해야 할 때, 상대를 아우른 논지를 전개하기가 익숙지 않다면 우선 다음의 두 가지 패턴을 숙지해 보길 권한다.
하나는 상대방을 인정해 주고 그 한계를 짚는 방식이다. 논술문제로까지 출제되는 견해의 대립이라면 쉽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것들일 것이고, 따라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쪽도 충분히 일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장점을 본인도 알고는 있지만, 그것에 한계가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고 논지를 전개하면 제3자의 관점에서 볼 때 한결 설득력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동물실험에 대한 찬반견해가 대립하고 있다고 하자.
만약 자신이 이에 찬성한다면 우선 찬성의 이유를 정연하게 제시한 후에, 다음과 같이 상대를 고려한 진술을 덧붙이는 것이 좋다.
“물론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측도 동물의 권리를 환기한다는 측면에서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러나 이는 권리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하여 불필요한 논쟁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인 합의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또 다른 방법은 상대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반론을 스스로 제시해 보이고 이를 해명하는 것이다. 앞서의 사례를 다시 적용해 보면 이러한 논의가 가능하다.
“물론 동물실험이 생명경시풍조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물실험은 엄격히 제한된 조건 하에서 최소한으로 시행되고 있으므로 무분별한 살생과는 구별되어야 하고, 따라서 동물실험을 곧바로 생명경시와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이처럼 논술에서는 내 견해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항상 나와 다른 입장을 함께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이러한 사고의 방식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겠지만, 논술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의 습관으로부터 ‘알을 깨고 나오는 연습’이라 여기면 어떨까.
논술강사 김정환
現 로고스 연고대, 명문대 논술구술 강사
-경력
前 아발론학원 전국모의고사 출제 및 해설위원
前 대치 청운학원 논술 전문강사
前 기룬학원 논술 전임강사
※성남FM방송 "논술특강"출연
-학력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국제정치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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