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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는 사람과 두었다가 나중에 먹는 사람이 있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고 개인적으로 필자는 맛있는 걸 먼저 먹는 편이지만, 대체로는 나중에 먹는 사람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비슷한 패턴이 일상 대화에도 나타난다.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에 가장 중요한(재미있거나 충격적인) 결론을 뒤로 아껴두는 경향이 있다.
“너 그거 알어?”로 시작해서 “갑돌이가 갑순이랑 만났는데 … 같이 맛있는 걸 먹고 … 그러다 싸우고 … 그러다 화해하고 …” 이렇게 길게 말이 이어지다가, 충격(?)의 결말은 맨 마지막에 나온다. “그래서 걔네 사귄대!”
이건 일종의 ‘말 하는 맛’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논술답안을 쓸 때에 이러한 ‘맛’은 별로다. 결론을 아껴두는 건 친목을 도모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화에선 꽤 유용하다.
그러나 ‘시험’이라는 특수한 대화(질문을 던지고 수험생이 이에 답하는)를 고려하면,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른 채 장황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채점자의 짜증을 자아낼 뿐이다.
채점자가 궁금한 건 ‘그래서 이 학생에 묻는 말에 제대로 답을 했는지’ 여부인데, 그걸 뒤로 미뤄둔 길어지는 걸 반길 사람이 없다. 더구나 한 명이 수천 장을 평가해야 하는 논술 시험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번 칼럼에서 논술의 문제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 여러 단계의 ‘작은 답’들을 거치도록 설계된다는 점, 그러니 이들 각각에 대한 학생의 ‘답변’, 즉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러니 논술답안을 쓸 때는 이러한 답변들부터 앞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점자가 궁금한 것부터 우선 확실하게 내세우는 것이다. 그 말이 타당한지,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무슨 뜻인지 등은 그 다음에 서술하면 된다.
이러한 글의 구성 방식을 ‘두괄식’이라 한다. ‘두’는 ‘머리’를 말한다. 머리를 먼저 들이미는 글의 구성방식, 중요한 것을 먼저 제시하는 방식이 두괄식이다.
답안이 두괄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우선 채점하는 입장에서 학생의 답안을 평가하기가 한결 편하다.
이를 달리 말하면, 학생 입장에서는 자기가 정성들여 쓴 답안을 최대한 오해 없이 평가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게 문장이 이어지는 바람에 ‘이게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쓴 답안이야’하고 눈을 찌푸리며 읽는 답안들이 대부분인 걸 생각하면, 두괄식 답안은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틀림없이 유리하다.
두괄식 구성이 채점의 용이성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두괄식 구성을 염두에 두면 답안이 한결 간결해진다. 논술 답안에서 각 단락의 머리에 배치될 중요한 내용이란 곧 학생의 답, 즉 학생의 ‘판단’이다.
그러니 이를 뒷받침하는 문장들은 판단을 ‘정당화’하는 내용들이다. 답안을 두괄식으로 구성하면 판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만 답안에 쓰게 되므로, 군더더기가 없고 논리가 명쾌한 답안을 작성할 수 있게 된다.
즉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던 판단+정당화의 구성을 확장하면 곧 두괄식 쓰기가 되는 것이다.
해외의 한 유명 학술지는 제출된 논문 단락의 것 문장들만 뽑아 연결해서, 이것이 논문 전체의 요약문이 될 경우에만 게재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처럼 두괄식 원칙은 학문의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지식의 효율적 구성 방법이다. 학생들이 이를 잘 익혀 둔다면 단지 논술 답안뿐만이 아니라 대학에 진학한 후 쓰게 될 체계적인 글쓰기에도 한 걸음 앞선 대비를 하는 셈이다.
논술강사 김정환
現 로고스 연고대, 명문대 논술구술 강사
-경력
前 아발론학원 전국모의고사 출제 및 해설위원
前 대치 청운학원 논술 전문강사
前 기룬학원 논술 전임강사
※성남FM방송 "논술특강"출연
-학력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국제정치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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